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설레임 부르는 기도문 있는가?

칼럼

by 현동칼럼 2023. 10. 22. 07:17

본문

'먹산수의 대가'&nbsp; 아산 조방원 선생이 1998년 그린 <묵우 39.8&times;57.6cm>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

     ------------------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

                  <처음처럼 / 신영복 >

 

 

 

먹 산수의 대가아산 조방원(1926~2014)1998년 그린 작품 중 묵우(墨雨)’라는 작품이 있다. 45도 각도로 퍼붓는 검은 빗줄기가 화면 전체를 뒤덮은 작품이다. 낚싯대를 거둔 다섯 하동(河童)이 검은 빗 다발 사이를 헤치며 나온다. 그림밖에 서 있는 우리도 소나기를 맞은 듯 가슴이 시원해진다.

 

중외공원 숲 속에 자리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아산 조방원 전시(2017.5.23.~ 8.15.)를 보고 비엔날레 카페에서 차를 마신다. 때맞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통유리 창을 때리는 빗방울, 제문헌 연못에 튀어 오르는 물방울, 수양버들 가지도 묵우그림 속의 빗발처럼 45도로 휘날린다. 마치 방금 보고 온 아산 선생 작품이 눈앞 현실로 나타나는 느낌이다. 찌는 삼복더위가 식고, 느슨한 심신에 생기가 돈다. 깜짝 폭우 소낙비는 일상을 흔들어주는 설렘이었다..

 

아쉽게도 소낙비는 폭염 날 샤워처럼 짧다. 차를 다 마시기도 전에 그친다. 시원함도 잠깐이다. 집안에서 폭염을 견디는 데는 샤워가 제일이다.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밤이면 샤워를 여러 번 해야 한다. 끈적거리는 땀을 물로 씻어내고 선풍기 바람으로 짜증을 조금 몰아낸다. 그러나 샤워나 선풍기 바람은 설렘은 아니다.

 

일상에 지친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 설레임은 어디서 오는가. 어떻게 해야 짜증이 나는 마음을 활기로 채울 수 있을까? 노래 부르는 사람, 붓글씨 쓰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차를 마시는 사람--. 사람마다 자기만의 방법이 있다. 차 마시는 그 시간, 붓글씨 쓰는 그 시간, 잠시 설레임이 찾아온다. 이 마음 설레임을 한 나절 오래도록 간직하는 방법은 없을까.

 

마음 숨쉬기!’, 성자 간디는 숨 쉬듯 기도를 멈추지 말라고 한다. “1분이라도 숨쉬기를 멈추면 몸은 죽어간다. 마음 숨쉬기인 기도를 단 1분이라도 멈추면 마음이 미쳐 간다”라고” 말한다. 틱낫한 스님도 기도의 힘을 말한다. “삶 전체가 기도가 되게 하라. 앉아서, 서서, 누워서, 빨래하면서, 차 운전하면서 기도하라.---.” 성자가 아닌 속인이 삶 전체를 기도로 채울 수 있을까?

 

한나절만이라도, 기도를 하면 틀림없이 두려움은 사라질 것이다. 짜증 나는 일도 마귀가 십자가 무서워 도망치듯 멀리 도망칠 것이다. 그런데 무슨 기도를 어떻게 드려야 하나. ‘숨 쉬듯 멈추지 않는기도문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간절한 마음이 없는 기도는 속이 빈 헛바람이다. 헛바람으로는 무거운 몸을 들어 올릴 수 없다. 설레임을 부르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시를 외워본다. 시문이 기도문이 된다.

 

가라고 가라고 소리쳐 보냈더니 / 꺼이꺼이 울며 가더니 / 한밤중 당신은 창가에 와서 웁니다 // 창가 후박나무 잎새를 치고 / 포석을 치고 / 담벼락을 치고 울더니 // 창을 열면 창턱을 뛰어넘어 / 온몸을 적십니다  < 비 1 / 이성복> ”  소낙비같은 설레임이 일어난다.       2017.07.24.

 

관련글 더보기